"멈춘 적 없는 이야기, 다시 쓰는 이야기."

권력이라는 중독에 사라진 초심

최루탄 연기 속 청년 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모한 강우의 삶 속에 변하는 정치적 인간의 시작. ⏰ [Reading Time: 5분, Video time: 2분]
Promotion
  • 📢  앤블러는 뉴스비평 카테고리가 추가 되었읍니다.
  • 📢  깊이 있는 지식과 감각적인 취향이 머무는 곳, 앤블러(ANBLER)에서 새로운 영감을 만나보세요.
  • 📢  새로운 시선과 깊이를 더해, ANBLER POST는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  앤블러는 함께 성장할 기업·제/상품을 기다립니다.  📩 문의: admin@anbler.co.kr
  • :
  • :

이 POST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구성된 가상의 이야기 입니다.



1장. 들꽃의 계절

최강우는 언제나 거친 신발을 신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 대학 교정의 봄은 최루탄 가루와 함께 찾아왔다. 페퍼포그 차가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가 도서관 앞 잔디밭을 덮을 때마다, 스무 살의 강우는 목수건을 끌어올리며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쳤다. 그의 손에는 늘 조잡하게 인쇄된 유인물이 들려 있었고, 손톱 밑은 붉은 잉크와 때로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격문(檄文)을 읽어 내려가던 강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결코 약하지 않았다. 그에게 세상은 선과 악으로 명확히 갈라져 있었다. 국민의 권리를 짓밟고 권력을 사유화한 독재 정권은 거악(巨惡)이었고, 그에 맞서 싸우는 동지들과 자신은 순수한 정의의 파수꾼이었다.

수배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지하 자취방의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밤하늘을 보았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창살 모양의 대문 그림자가 마치 감옥처럼 느껴졌지만, 그의 가슴은 뜨거웠다. 자신이 겪는 추위와 배고픔,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공포는 나라의 내일을 바꾸기 위해 치러야 할 숭고한 훈장이었다.

“강우야, 너 그러다 정말 죽는다. 피할 때는 피해야지.”

함께 자취를 하던 동지 선호가 빵을 건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강우는 피식 웃었다.

“내가 피하면, 이 어둠은 …? 선호야, 이 땅에 진짜 민주주의가 오고, 국민들이 자유롭게 숨 쉴 수만 있다면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비장함이 같이 공존하는 눈빛이었다. 그것은 시대의 비극이 낳은 가장 순수하고 서글픈 열정이자, 그 어떤 이기심도 깃들지 않은 나라 걱정이었다. 그 시절, 강우에게 권력이란 타도해야 할 불의의 산물일 뿐이었다.

2막. 흙먼지 묻은 정장

세월은 흘렀고, 시대는 바뀌었다. 거리를 가득했던 최루가스는 사라졌고, 열망하던 민주화의 봄이 왔다. 강우는 어느덧 마흔을 넘긴 중년이 되었다. 수배범으로 쫓기던 청년은 이제 단정한 정장을 입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과거 그가 목숨 걸고 싸웠던 이력은 그에게 정치적 훈장이 되어 주었다.

첫 국회의원에 당선되던 날 밤, 강우는 자신의 지역구인 구도심의 시장 골목을 찾았다.

“의원님, 우리 시장 좀 살려주세요. 장사가 너무 안 됩니다.”

주름진 손으로 강우의 손을 꼭 잡는 할머니의 온기. 강우는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지만 무엇인지 어딘가는 무거운 느낌이었다.

“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제가 청춘을 바쳐 이 나라의 자유를 찾았듯이, 이제 제 남은 삶을 바쳐 우리 지역과 국민만을 바라보며 삶을 돌보겠습니다. 절대로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 강우는 새벽같이 지역구 인력시장을 돌아보고, 밤늦게까지 국회 사무실의 불을 밝혔다. 운동권 시절의 투쟁심은 이제 정책 입안과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집념으로 변해 있었다.

지역구의 낡은 다리를 재건설하기 위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밤을 지새우고, 소상공인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찾아가 고개를 숙였다.

“내가 젊었을 때는 국가라는 거대한 담론만 봤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진짜 국가의 기초는 소소한 국민들의 일상이더군.”

강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그의 고민은 청년 시절의 ‘국가와 민주주의’에서 이제 ‘지역구 주민들의 삶과 국민의 안녕’으로 깊어지고 확장되었다. 그는 여전히 정의롭고 순수한 정치인이었다.


-+=
Trans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