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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속의 현장
충청북도 충주의 초여름 아침은 늘 자욱한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 나는 오전 7시 정각에 공장 셔터를 올렸다. 조그마한 식품 첨가제 제조 공장의 아침은 고요하지만 분주했다.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달콤한 원료 냄새를 맡으며, 배관을 점검하고 원료 탱크의 압력을 확인했다. 8시 30분이면 출근할 조장들과 여사님들이 도착하자마자, 9시 정각에 기계를 바로 돌릴 수 있도록 완벽하게 세팅을 해두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이 고단한 루틴을 반복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네.”
나는 땀을 닦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따 저녁에는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 소소한 기대를 원동력 삼아, ‘오늘도 제발 라인에 기계 사고 없기를’ 바라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
시간은 화살처럼 흘러 어느덧 오후 5시 30분. 퇴근을 딱 30분 남겨둔 시간이었다. 나는 슬슬 마무리를 지으며 라인의 바닥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엔 친구들이랑 뭘 먹지? 1차는 고기 고르고, 2차는 치킨인가….’
행복한 고민에 잠겨 있던 그 순간, 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네, 공장장님!”
“어, 박 팀장. 미안한데 하던 일 서서히 마무리하고 잠깐 사무실로 좀 와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네, 마무리 청소만 끝내고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하고 서둘러 비를 정리한 뒤 2층 관리동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공장장이 굳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내자, 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 박 팀장. 앉게.”
공장장은 담배를 비벼 끄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 팀장… 오늘 오전 임원회의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왔네. 아무래도… 다음 달부터 생산라인에서 감원을 좀 해야 할 것 같아.”
순간 나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감원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사 사정이 안 좋다고, 위에서 인건비를 줄이라네. 나도 우리 생산 라인 여사님들 고생하는 거 잘 알고 막아보려 했지만… 어떻게 하겠나. 위에서 하라니 우리 같은 월급쟁이가 힘이 있나.”
공장장의 무책임해 보이는 말에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매일 땀 흘리며 최저임금을 받고도 묵묵히 일하던 여사님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공장장님! 여기 생산 라인에 계시는 분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하신 여사님들입니다. 남자 직원들은 몇 명 계시지도 않아요! 본사 양반들은 실제 생산 라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정도 확실히 모르면서, 왜 무조건 힘도 없고 만만하고 최저 급여 받는 우리 여사님들부터 자르려고 합니까?”
공장장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나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생산직 두 분 해고하는 것보다 관리직 과장이나 부장급 한 명만 구조 조정해도 두 분은 살아남습니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건 가장 바닥의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먼지 마셔가며 근무하는 현장 직원들 덕분 아닙니까? 그런데 어려워졌다고 우리부터 처내다니요… 정말 화가 나고 억울해서 못 견디겠습니다!”
나는 숨이 턱에 찰 때까지 공장장에게 억울함을 쏟아냈다. 공장장은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반박도,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무겁게 고개만 몇 번 끄덕였다. 나는 그 침묵이 더 답답해 돌아설 채비를 했다.
바로 그때, 공장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붙잡았다.
“박 팀장.”
“……네.”
“자네만 알고 있게.”
공장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씁쓸하게 웃었다.
“나… 이번 달까지만 근무하고 회사 그만두네.”
“예? 그게 무슨….”
“자네 말대로 본사에서 생산라인 자르라고 난리를 치는데, 내 힘으로는 도저히 못 막겠더라고. 그래서 사표 던졌네. 내가 그만두면 부장급 명의의 인건비가 빠지니까… 자네 말대로 우리 여사님들 한두 명은 해고 안 당하고 계속 근무할 수 있을 걸세.”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공장장의 눈가에는 물기가 서려 있었다.
“현장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네. 박 팀장, 남은 사람들은 자네가 잘 좀 챙겨주게. 부탁하네.”
사무실을 나오는 나의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찬 듯 무거웠다.
공장 건물을 나서자, 서쪽 하늘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며 세상을 온통 붉고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니 친구들에게서 어서 오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지만, 아무런 감흥도 돋지 않았다.
문득 요즘 뉴스에서 매일같이 흘러나오는 어느 대기업 노조의 파업 소식이 머릿속을 스쳤다.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 틈바구니에서, 이 작은 시골 공장의 새우들은 제 살을 깎아내며 서로를 지키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걷히고 어둠이 깔리는 진천의 공장단지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의 하루 마무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어둡게 가라앉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에 있을 수 있는 내용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 한국 노동운동의 변천과 노동시장
1960~70년대 산업 현장은 정부의 ‘수출 제일주의’와 ‘성장 우선 정책’을 표방하며 경공업(섬유, 봉제, 신발 등)을 필두로 급격한 산업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원천은 다름 아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었다. 지옥 같은 노동 환경에 노동자들은 하루 15~16시간씩 일하며 타이밍(각성제)을 먹고 졸음을 쫓아야만 했다.
민주노조 운동은 단순히 임금 인상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기 위한 처절한 저항의 기록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의 노조는 매년 강력한 파업권을 무기로 고액 연봉, 고용 세습 논란, 과도한 복지 혜택을 쟁취해 내고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중소기업)로 가야 할 재원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성과급과 복지로 전용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는 ‘약자들의 연대’였으나, 현대의 대기업 이기주의적 노조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는 소극적이거나, 때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하여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한다.
언론은 SJ Union Strike를 이슈화 하고 있을까?


왜? SJ는 모를까? 독립적 기업이 잘해서가 아닌 그물처럼 얽힌 기업과 기업과의 연대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닌지? 앤블러는 이번 노조 노조 파업에 대한 그 의미가 …